동물과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라이프를 만들어갑니다
(사)동물보호단체 라이프의 새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등록일 2021-06-17 오후 1:38:07 작성자 라이프 조회 913
<구포 개시장 폐쇄 사례를 통해 본 사람과 동물의 공존>
2019년 7월 1일 오후, 부산시 북구 구포시장 입구의 5톤 화물차량들이 서서히 어디론가 출발을 시작했습니다. 차량의 행렬 옆으로 많은 시민들이 도열하여 손을 흔들며 떠나는 차량을 배웅했습니다. 차량의 행렬이 도로로 합류해서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필자의 눈가에 이슬이 촉촉하게 맺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네, 그 차량 안에는 일명 구포 개시장에서 도살되어 ‘지육’ 또는 ‘개소주’ 등으로 유통되어 질 뻔한 개들 수 십여 마리가 실려 있었습니다. 이들 개들은 동물보호단체들에 의해 구조되어 경주에 있는 보호소로 이동을 하였습니다.
1980년대 유년시절, 필자의 이웃집은 나름 유명한 보신탕집이었습니다. 아침에 등교를 위해 그 보신탕집을 지나칠 때면 빨간 고무 다라이에 담겨진 하얀 개 사체와 붉은 핏물을 예사스럽게 지나치곤 했습니다. 당시 버스가 다니는 도롯가 옆에 개 도축장이 있었습니다. 평소엔 눈을 감고 지나는 길이었는데 어느 날 하굣길에 우연히 도축장 앞에 발걸음이 멈추었는데 하필 그 도축장 주인이 작은 하얀 개를 철장에서 꺼내 바닥에 눕혀 목을 칼로 베어 죽이는 모습과 그 작은 개의 목에서부터 시작해 바닥에 번진 시뻘건 피를 보고 혼비백산하여 울며 집으로 도망치듯 달려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금이라면 그 주인은 동물보호법 위반 현행범으로 체포 되고도 남았겠지요. 그 당시는 그게 일상이었습니다.
현재의 식용목적의 개농장들은 좁은 철장(일명 뜬장)에 개를 가두어 두고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해서 끓이지도 않은 채 그대로 밥그릇에 부어줍니다. 이는 사료관리법 위반입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밥그릇엔 온갖 벌레가 들끓고 날이 추워지면 그대로 꽁꽁 얼어버립니다. 아프다고 치료해 주지 않습니다. 춥다고 따뜻하게 해 주지도 않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을 뿐입니다. 그깟 쓰레기 음식물 주기도 번거롭고 귀찮다고 한 달 여간 밥을 안줘서 수 십 마리의 개들을 굶겨 죽인 사건이 불과 4년 전입니다.
개 뿐만 아니라 식용의 목적으로 길러지는 동물들의 사육환경은 참 잔인합니다. 산업화가 되어 버려 동물의 복지보다는 사람의 이익이 최대의 목적이 되어버린 결과입니다. 닭은 에이포 용지의 삼분의이 정도의 공간에서 평생 날갯짓 한 번 하지 못하고 알만 낳다 죽어갑니다.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게 되면 털을 죄다 뽑아 버립니다. 닭은 본능에 따라 털을 나게 하기 위해 마지막 힘을 쏟아냅니다. 그 과정에서 알을 한 두 번 더 생산합니다. 그게 이승에서의 마지막입니다. 돼지는 좁디 좁은 ‘스톨’이라는 공간에서 몸을 반대로 뉘지도 못한 채 먹고 싸고 젖만 물리며 새끼 돼지들을 키웁니다. 송아지 고기를 얻기 위해 어미와 강제로 이별시키고 모유가 아닌 철분이 없는 인공 분유를 먹입니다.(철분이 있으면 도축된 고기가 붉은 빛을 내기 때문에 값어치가 떨어집니다) 송아지들은 체내에 철분 부족으로 인해 자신들의 오줌을 핥아 먹기도 합니다. 우유를 얻기 위해 강제로 인공수정을 시키고 모성애라는 본능이 있는 어미를 새끼와 완전 격리시키기도 합니다. 인간의 이기심을 위해 다른 생명 종을 잔인하게 희생시키는 일, 이제는 우리가 한 번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 되지 않을까요?
2000년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유영철과 강호순의 연쇄 살인사건 프로파일링 결과 그들이 사람을 죽이기 전 동물을 대상으로 잔혹한 폭력 행위를 일삼았던 사실이 알려졌고, 1994년 지존파 사건에서도 지존파 일당 중 한 명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람하나 죽인 것은 개 한 마리 죽인 것과 마찬가지다며 살인 직후 개를 잡아 먹은 사실에 빗대어 살인 행위를 조롱하기까지 했습니다.
미국의 연방수사국(FBI)는 2016년 동물학대를 반사회적범죄로 간주하고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FBI가 동물학대 사건을 연방정부 차원에서 통계화 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미국에서 강력사건 등으로 수감된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 보니 과거에 동물을 대상으로 폭력을 써 본 경험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다는 연구 결과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결과들을 보면 동물에 대한 폭력이 동물에게만 머물지 않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옮겨가는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동물에게만 국한되는 폭력 또한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지난 2016년, 공중파 TV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난 ‘강아지공장’ 사건은 우리 사회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 중 하나입니다. 개들에게 강제 수정을 시키는가 하면 수의사 면허도 없이 제왕절개를 하는 등 개농장 주인의 동물에 대한 태도에 국민이 분개하여 동물보호법을 개정하자는 캠페인에 평소 동물관련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온라인 서명율의 30배를 가뿐히 넘겼고 가두 서명지가 모자라 인근에서 급히 용지를 수급하는 혼선도 빚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동물보호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식과 요구에 굼뜨던 정치권이 움직이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이즈음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이하 시민연대)에도 동물보호단체가 운영위원으로 참여를 했습니다. 이는 그간 인권, 환경, 경제 등으로 대변되던 시민운동에 동물(권)을 포함시켜 동물을 위한 운동도 현 시대의 시민사회운동에 필요하다고 인정한 꽤나 진보적 결정이었습니다. 당시 시민연대 운영위원 이었던 필자는 시민연대와 함께 ‘오시리아 돌고래쇼장 건립 반대 운동’을 통해 야생의 돌고래를 포획해서 좁은 수족관에 가두고 관람꺼리로 전락시켜 돈을 버는 행위가 비윤리적이고 비민주적이라는 의제를 만들고 결국 업체가 돌고래쇼장 건립 계획을 철회하도록 만든 바가 있습니다.(물론 야생생물법의 개정으로 돌고래 수입이 어려워진 점도 있지만) 이처럼 시민운동 차원에서 동물권을 다룬다는 것은 그만큼 시민의식이 성숙해져서 동물을 이용하고 희생시키는 것을 불편하게 바라본다는 것이고 이러한 시민의식에 시민단체들의 노력과 행정가의 결정, 공무원들의 헌신 그리고, 상인들의 의지, 이 모든 것들의 조화가 수 십 년간 꼼짝도 하지 않았던 철옹성 같았던 구포 개시장을 폐쇄한 원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도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이라고 감히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짧은 지면으로 세상 도처에서 사람에 의해 희생되고 이용되어지는 동물의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구포 개시장의 폐쇄를 시작으로 세상은 조금 더 변했고, 조금 더 동물의 희생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 희망을 안고 저는 내일 대구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을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우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소년이 부산 구포를 찍고 대구 칠성 개시장을 폐쇄하기 위해 시민들께 몸을 맡깁니다.
2021.05.27.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 심인섭
민주공원 2021.여름호